봉사하는 학생들

2000년 3월 4일

  며칠 전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중학생 두 명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피켓에는 "바쁜 사람을 위하여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은 비워 둡시다."라고 쓰여 있었고, 학생들이 서있는 뒤 벽에도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발판의 오른쪽에 서서 비어있는 왼쪽으로 바쁜 분들이 지나 가시기를 바라고 있었으나, 한 분도 지나는 분이 계시지 않아 뒤를 돌아 보니, 오른쪽 발판이 비어 있는데도 왼쪽에 서 있는 학생, 젊은이 등 많은 사람들이 뒤에 계신 바쁜 분들의 진로를 막고 서있는 것이었다.

우리도 한 때에는 한 발판 좌우에 한 사람 씩 두 명이 서도록 하였었다. 이제는 선진국과 같이 남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왼쪽을 비워 놓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의 대열에 서려면 제일 먼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들도 남을 배려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에게 모든 배려가 돌아온다고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오래 동안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회에서 살아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항상 일등이 아니면 안된 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한없이 빈약한 사람이 물질적으로만 모든 것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콘크리트는 큰 자갈, 작은 자갈, 모래 등이 시멘트와 잘 배합이 되어야 좋은 품질의 콘크리트를 만들 수가 있는데, 큰 자갈만 가지고 콘크리트를 만드는 격이다.

그런데 나를 돌아보면, 과연 나와 제일 가까운 집사람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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