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배

1999년 5월 12일

하루에 세 갑씩이나 피우던 담배를 지난 1983년 4월 14일부터 현재까지 피우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리비아 벵가지 시내의 사무소 빌딩 건축공사 현장을 후임자에게 인계 후 본부의 건축 책임자로 있었을 때이다. 서울 집에서 오는 소식은 녹음 테이프로 아이들과 집사람의 음성이 전달되었고, 나의 답신 또한 일과를 마친 후 해변가를 찾아 파도소리를 벗삼아 소형녹음기에 나의 음성을 담아 보내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에 받은 집사람의 음성에는, 서울의 KBS TV에서 방영된 담배를 피운 사람의 폐의 모습을 보고 하도 끔찍하여, 나의 폐도 같을 것 같다며, 이제는 내가 담배를 끊는 것이 집사람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목요일로 그 다음날은 쉬는 날이라, 서울본사에서 보내온 비디오 테이프를 보게 되었는데, 바로 그 테이프가 집사람이 보았던 담배의 해악을 방영하였던 프로그램이었다.

비디오 테이프를 보는데 그 때에도 나의 왼손가락에서는 담배가 타고 있었다. 같이 비디오를 보던 동료와 의기투합하여 담배를 피우지 말자고 다짐을 하고, 한동안 갖은 금단현상을 맛보며 한 6개월 후에 귀국 할 때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으므로 비행기의 좋은 좌석을 배정 받아 귀국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만 16년 이상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담배를 끊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며칠 전 담배를 피우는 Y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권했다. 내가 권한 이유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다. 담배를 피운 다면, 담배의 맛을 즐겨야 할텐데 이건 도무지 맛을 즐기는 것인지, 생담배를 태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피우는 한 모금의 담배 맛, 식사 후에 피우는 맛, 무엇인가 고민을 할 때에 피우는 맛, 자기의 일에 푹 빠져서 무의식중에 피우는 맛 등, 담배를 피울 때에는 담배연기가 몸 속을 한바퀴 돌아 나와서 연기의 색이 푸른색에서 흰색으로 변해야 그 맛을 즐기는 것인데....

그래서 아직도 내가 담배를 끊었다는 말을 못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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